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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스타트업 천국 될 것"…부산, 싱가포르에 도전장

  • 관리자
  • 작성일2024.09.02
  • 조회수10

“슬래시비슬래시를 소개시켜 줄 수 있나요?”

지난 6월 말 부산시 스타트업 정책 관련자들은 싱가포르에서 만난 현지 한국 벤처캐피탈 FAO의 오영록 대표로부터 이런 부탁을 받았다. FAO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 팀 드레이퍼가 설립한 다국적 스타트업 육성·지원 기관인 ‘드레이퍼 스타트업 하우스 싱가포르’에 속한 벤처캐피탈이다.

‘슬래시비슬래시’는 콘텐츠 기반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부산의 스타트업. 지난 2020년 7월 설립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창업 2년 만인 2022년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고 작년엔 매출 21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올해 매출이 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스마트폰 케이스는 젊은 감각의 멋진 디자인에 또다른 통신 매개체로 BTS·스타워즈·포켓몬·라리가 등 100여종의 브랜드·캐릭터와 이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오디오·비디오 등 1000개 이상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콘텐츠, 테크가 융복합된 상품이다.

2022년 ‘아기유니콘’ 지정, 작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수상, 올해 글로벌 강소기업 1000+ 성장기업과 ‘예비유니콘’ 선정 등 눈부시게 성장 중이다. 아기유니콘 기업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 투자유치 실적 20억~100억원, 기업가치 300억원 이상인 창업기업 중에서 선정된다.

예비유니콘은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인 창업기업이거나 혁신성·성장성·시장검증을 갖춘 지역 스타 기업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싱가포르에서 오 대표를 만난 부산테크노파크 유승엽 디지털혁신창업단장은 “세계적 벤처 투자 및 지원기관인 팀 드레이퍼 소속 벤처캐피탈이 투자 의향을 보인다는 건 부산의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에 먹혀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세계시장 노크하는 부산 스타트업들 잇따라

부산의 스타트업들이 뜨고 있다. 부산은 이들 유망 스타트업들을 지렛대 삼아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를 꿈꾸고 있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시청으로 이어지는 통로 기둥엔 형형색색의 스마트폰 케이스와 ‘부산 청년 유니콘’이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이 붙어 있다. 슬래시비슬래시와 이 회사를 창업한 정용채 대표의 모습도 찍혀 있다.

슬래시비슬래시만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제조기업으로 지난 2021년 부산 1호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소셜빈은 요즘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내년 하반기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셜빈은 유아용품 ‘퍼기’, 생활용품 ‘노멀라이프’, 건강기능식품 ‘니몸내몸’, 프리미엄 주방용품 ‘실리프랑’ 등 자체 브랜드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개발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하는 기업. 작년 36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약 58% 성장을 했고 2019년 첫 투자 이후 매년 평균 77% 가량씩 성장했다.

 

은행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해외 송금을 지원하는 ‘센트비’, 누구나 간편하게 무료로 환전할 수 있는 온라인 환테크 플랫폼 ‘스위치원’ 등 처럼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도 부산에서 시작했다.

‘스위치원’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테크 비즈니스 스타트업 박람회인 ‘2023 에셜론 아시아 서밋’에서 ‘스타트업 톱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최고 수준의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으로 국내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에스엔비아(SNvia), 미래 자동차 및 모빌리티 스타트업인 모플랫(MOPLAT), 신발 제조 플랫폼인 크리스틴컴패니(Kristin) 등도 부산서 출발했다.

성희엽 부산시 정책수석보좌관은 “지난 8년여 간 부산시가 출자한 100여개 스타트업 중 빛을 내기 시작한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 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곳만 10곳쯤에 이른다”며 “이런 미래 유니콘급 스타트업들이 태동을 시작했으니 전력을 다해 가속을 붙인다면 부산도 싱가포르 못지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으로 싱가포르에 도전장

싱가포르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살리면서 개방적 금융정책 등을 잘 운영해 동남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싱가포르에는 현재 약 4000개의 스타트업, 약 220개의 엑셀러레이터, 약 500여개의 벤처캐피탈 등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은 동북아 관문도시로 좋은 공간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있고 관련 인프라도 부족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싱가포르에 못 미친다. 부산엔 약 2000개의 스타트업, 28개의 엑셀러레이터, 약 150명의 벤처캐피탈 종사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도시이지만 하나의 국가로 정책결정권, 재량권이 폭넓고 세계 100대 기술 기업 중 80여개사가 진출해 있는 등 ‘미니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싱가포르와 부산은 많이 다르고 현재는 부산이 뒤처져 있다”며 “하지만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고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등으로 부산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빠른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별법은 국가와 부산시가 필요한 규제 해제와 파격적인 특례 적용을 통해 국제물류·글로벌 금융·첨단산업을 육성, 부산을 대한민국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는 국제거점도시로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돼 회기 종료로 폐기됐으나, 22대 국회 개원 직후 부산지역 국회의원 18명이 공동으로 참여한 여야 1호 법안으로 재발의 돼있다.

◇부산 스타트업 지역 펀드 지자체 중 최대 규모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같은 전반적인 ‘새판 짜기’ 노력 외에 각 영역별로 종전과 다른 흐름들이 파동하고 있다. 그 선두는 아무래도 ‘돈’이다. 부산시는 또 지난 6월부터 산업은행 등과 함께 지역의 유망 혁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2500억원(모펀드 1011억원, 자펀드 1489억원) 규모의 펀드(’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를 조성 중이다. 이 펀드는 지역에선 가장 큰 규모로 올 하반기부터 본격 투자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펀드 투자가 본격화하면 부산에서 운용되는 펀드 총액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손영희 부산시 자금지원팀장은 “부산의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 규모는 2020년 5000억원 정도에서 4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며 “투자가 스타트업의 동력이자 생명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가 종전보다 훨씬 활성화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창업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7월25일 “부산항 북항재발지 안 1부두를 ‘글로벌 창업 허브’로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북항 1부두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파크’에 선정된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는 향후 318억원을 투입, 북항1부두 안 물류창고를 리모델링해 창업·문화·전시 등 복합 랜드마크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공간 조성 및 운영엔 롯데벤처스·SK C&C·한국산업은행·BNK부산은행·기술보증기금·부산대 등 40여개 기관·대학·기업들이 참여한다. 2026년 상반기 개관 예정이다.

신창호 부산시 디지털경제혁신실장은 “북항1부두 ‘글로벌 창업 허브 부산’은 국내외 스타트업 입주공간, 체계적 보육, 경영 컨설팅, 자금지원 등을 종합 제공, 전 세계 청년들이 혁신을 추구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외에 남구 용당동 동명대 부지에도 290억원을 들여 연면적 6000㎡ 규모의 ‘부산 그린스타트업 타운’도 짓고 있는 중이다. 이곳은 해양·디지털 금융·수소연료 R&D 관련 스타트업들의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이밖에도 부산엔 현재 해운대구 센텀시티 안 ‘센탑(CENTAP·센텀기술창업타운)’·창업공간 100, 동구 초량동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BIFC) 안 ‘B-스페이스’ 등 20여곳의 창업 지원 시설이 운영 중이다.

◇창업 인프라 시설·교육 프로그램, 세계적 수준으로

부산시는 ‘글로벌 창업 허브 부산’ 등 지역 창업 인프라 운영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6월 성희엽 정책수석과 이경덕 기획관 등을 싱가포르로 보내 세계적인 창업 지원 기관인 ‘드레이퍼 스타트업 하우스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도록 했다.

‘드레이퍼 스타트업 하우스 싱가포르’ 비크람 바라티 대표는 “우리 드레이퍼는 지난 2000년대 모두 실리콘밸리를 주목할 때 중국, 인도, 싱가포르로 눈을 돌렸고 그런 선제적 안목이 ‘드레이퍼의 세계’(Draper Nation)를 확장하고 있다”며 “또 드레이퍼는 신산업, 다른 브랜드, 새로운 카테고리의 기술과 관점으로 그 나라에 맞는 파생 비즈니스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드레이퍼 스타트업 하우스의 모회사인 드레이퍼어소시에이츠는 ‘핫메일’, ‘스카이프’, ‘테슬라’, ‘스페이스X’, 바이두, 트위터 등에 초기 투자해 성공을 거둔 회사로 유명하다. ‘드레이퍼 스타트업 하우스’는 지난 6월 서울에 세계 18번째로 ‘한국점’을 개설했다.

성 정책수석은 “지난 6월 방문 이후 ‘드레이퍼 스타트업 하우스’ 관계자들이 부산을 찾아와 협의를 했고 오는 10월 부산서 열릴 ‘플라이아시아 2024′ 때도 이들을 초청, 협업 형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창업 노하우를 알려주고 교육하는 프로그램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부산시와 구글은 30일부터 10월4일까지 부산 동구 초량동 유라시아플랫폼에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스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구글 재직자, AI 스타트업 최고경영자 등이 강사로 나서 AI 스타트업 창업 사례와 운영 경험 등을 강의한다.

이같은 부산의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은 구글, 국내 최대 민간 창업지원 기관인 ‘디캠프’, 부산경제진흥원, 부산디자인진흥원, 창조경제혁신센터, 부산콘텐츠코리아 랩 등 30여곳에서 운영 중이다.

오는 10월 1~2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릴 ‘플라이아시아 2024′는 부산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글로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2022년 시작한 이 행사는 한마디로 ‘아시아 창업 엑스포’다. ‘아시아를 연결해 세계로 날자’(Connect Asia, Fly to the World)가 슬로건이다.

아시아의 스타트업, 투자자, 창업 생태계 관계자들을 부산에 모이게 해 아시아 단위의 기술 창업을 촉진하고 유망 스타트업들과 투자자를 연결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기업간 사업을 논의하는 만남 건수가 2022년 624건에서 지난해 830건으로, 투자 검토 실적도 동기 대비 78개사 396억원에서 141건 1892억원으로 늘어났다. 작년엔 상하이·싱가포르·오사카·홍콩 등 아시아 주요 8개 도시 창업생태계 관계자들과 공동협력 선언을 채택했다.

올해는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시테크 도쿄’에 마리나체인 등 지역 4개 스타트업과, 8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개최된 ‘스타트업 휠’에 지역 6개 스타트업과 각각 참가해 구매 및 투자 상담을 벌였다. 오는 10월 싱가포르의 ‘스위치’(SWITCH, Singapore Week of Innovation & Technology)에도 참가, ‘스타트업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준승 부산시 부시장은 “아시아의 혁신적 스타트업들이 기술과 실력을 겨루는 ‘어워즈’ 부문을 종전 3개에서 올해 6개로 늘리는 등 플라이 아시아 규모를 더 확대할 것”이라며 “부산을 기술창업에서 투자, 경영, 마케팅, 글로벌 진출과 교류, 문화까지 전 영역에서 아시아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출처: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yeongnam/2024/08/30/B2MZVPUHF5EXTAHRK4CNCPYQL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